한국의 미술 기관은 인종차별 문제를 자성하고 개선하라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백인 경찰의 무참한 폭력 진압에 의해 만 46세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yod) 씨가 현장에서 질식사했다. 이 사건 직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2013년 촉발된 인권 운동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재점화했다. 이는 되풀이되는 경찰의 폭력적 공권력,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및 라티노 커뮤니티의 구성원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부당한 경찰 권력뿐만 아니라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의료 체계에 소외된 유색인종 인구가 백인에 비해 몇 배 이상의 피해를 입는 등 전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집적된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국제적 공분을 사며 연대의 시위가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6일부터 7일까지 주말 사이에 이 세계적 운동의 열기는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띠며 언론과 시민 사회의 이목을 끌어 모았다. 서울에서도 6일 오후 청계천 부근에서 150여 명이 모여 이 흐름에 동참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미국 및 유럽에서 벌어지는 시위, 혹은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동조하는 한국의 반응 등을 다루는 리포트 정도로 이 운동을 다루었을 뿐 한국 사회 내의 인종차별을 낱낱이 들여다 보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에는 21세기가 되도록 지난하게 이어지는 백인 대 흑인 인종차별 구도에 격분한 흑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 같은 문제로 차별, 피해, 희생 당하는 여러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동참하고 있다. 즉, 이 운동은 인종차별 자체에 대한 폭발적 자성 및 성찰로,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역시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자발적으로 찾아내 드러내고 폭로함으로써 깊이 있게 반성하고 불공평한 근본적인 체계를 수정해 나가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2018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 내 다문화 가구원의 비율은 총 인구 대비 2%(약 100만 9천 명), 외국인의 비율은 3.2%(약 165만 명)에 달한다. 끊이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핍박 및 부당 대우,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반대 논란, 2019년 코로나-19 사태 초반 중국인 차별 등 한국 사회는 지속적으로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에 따른 증상을 표출해 왔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30.9%의 응답자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직장/일터의 경우 76.9%)했으며, 사회적 관계 ‘없음’ 비율이 항목에 따라 30~40%를 상회한다. 통계적 자료를 참조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이 지인과의 대화, 공공장소, 방송매체 등 일상 생활에서 직접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인종차별은 부지기수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이행한지 오래이며, 총 인구 감소에 따른 외국인 이민 장려, 국제 정세에 따른 인도주의적 난민 수용 등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포용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테다.

한국의 미술계 역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의 시작과 함께 세계 각지의 미술 언론 및 미술관, 갤러리 등 미술 기관은 앞다투어 연대의 성명을 내고 지지를 표명했다. 이와 달리 한국의 미술 기관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체로 이 사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은 한국의 미술 기관도 피할 수 없는 오늘의 문제다. 물론, 다문화 사회로 발전해 온 국내 사정에 발맞춰 일부 공공 미술 기관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치적 올바름 차원에서 마련된 정책에 따라 최소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 기관은 더욱 적극적으로 다인종 문화를 체화해야 한다. 따라서, 1) 앞서 언급한 조사의 결과처럼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망에서 소외될 여지가 많은 다인종 한국인을 포함해 전 시민이 더불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고, 2) 언어의 장벽을 낮춰야 하며, 3) 궁극적으로 미술 기관을 운영하는 구성원도 더욱 다인종, 다문화로 넓혀 나가야 한다. 4) 설령 내부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과정이더라도 미술 기관은 이를 가시화해야 하며, 미술 기관이 추구해야 마땅할 인류애의 가치를 더 많은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 또한 5) 기관의 프로그램 중 해외 작가 초청 전시의 경우 여전히 이성애자 백인 남성 작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탈피해야 하며, 6) 장차 기관의 소장품을 확충할 때 작가의 인종, 문화, 젠더 등을 더욱 폭넓게 고려해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

2019년 9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세계박물관대회는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정의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로 제시했다. 박물관/미술관은 “과거와 미래에 관한 비평적인 담론을 생산하기 위한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공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사회적 정의, 세계적 평등, 전 지구적 생태계의 안녕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햐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독일,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을 비롯한 20여 개 국가 위원회가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결국 본 대회에서 이 투표는 연기됐다. 조직 구조상 인사 문제의 경우 당대 정권의 영향을 받는 한국의 공공 미술 기관은 공교롭게도 부정적인 의미에서 이미 정치적이며, 이 기관들이 추구해야 할 더욱 근본적인 정치적 태도는 이미 선정됐어야 마땅할 위 새로운 박물관/미술관 정의가 표방하는 기치에 담겨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백남준아트센터 등 약 70여 개 미술 기관이 속해 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을 재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의 현장으로 다시 되돌아 가보자. 플로이드 씨의 숨을 멎게 한 잔인한 8분 46초 동안 직접적인 가해자 백인 경찰 주변에는 이 살인 행위를 방관하던 그의 동료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은 동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화면에 찍힌 그의 얼굴은 유색인종 인권 문제에 있어 동아시아인 커뮤니티의 복잡한 입장을 상기시킨다. 한국인은 자국을 벗어나 서구권 국가에 속할 때만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둔갑할 수 없다. 한국 사회 내에서 한국인은 이미 인종차별의 가해자다. 우리는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로 태어나지 않지만, 인종차별적 사회에 태어난다. 스스로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반(反)인종차별을 주창하며 이 사회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미술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는 인종차별 문제를 자성하고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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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아
홍이지
홍철기
홍태림
홍호림
황서원
황재민
황정인

공동 성명서 발표일 2020년 6월 15일
blm.korea.arts@gmail.com

* 본 공동성명서는 2020년 6월 22일 월요일 총 14개 국내 미술 기관의 기관장, 학예팀, 교육팀 앞으로 이메일 및 우편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 성명서에는 계속 서명해 주실 수 있으며, 본 웹 링크는 각 기관과 공유돼 있어 실시간 서명자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성명서가 전달된 기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구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제주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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