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간다. 어디에서 어디로?
떠나온 곳은 안개에 아련히 덮이고,
저 멀리 어딘가 머물 곳을 찾아서 간다.
언젠가 어디선가 내 곁에 다가온 너.
너를 바라보며 너의 가슴에 깃든다.
동이 트고, 꽃이 피고, 푸른 잎새 붉게 물들이며 노을 지고,
아, 바람이 분다.
바람, 이 무상한 흐름.
모든 것은 휘날리는 낙엽 되어 하릴없이 흩어지고,
그 어디엔가 영원히 머물고픈 우리의 바람은
바람과 함께 사라져간다.
그리곤 찾아든 정적.
나도, 너도, 꽃도, 나무도, 여명도, 황혼도...
모두가 깊은 정적에 휩싸인 때
시나브로 감지되는 내 심장의 고동 그리고 너의 숨결.
저마다 제 안에 우주를 머금고
한 큰 생명우주와 하나인 채
여명과 황혼 사이, 낮과 밤 사이
여름과 겨울, 봄과 가을 사이
나는 나로, 너는 너로,
꽃은 꽃으로, 나무는 나무로
내밀한 생명의 향연을 펼친다.
한 큰 생명의 바다에서 파도치며
저마다 제 자리에서
머묾 없이 머문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