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캠퍼스 등 리포트 거래 사이트의 학술논문 거래 실태 개선 촉구와 지식공유운동 확산을 위한 연구자 연대 선언

교수·강사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리포트 베끼기와 표절을 조장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리포트 거래 사이트(해피캠퍼스, 레포트월드, 레포트샵 등)들이 있습니다. 연간 수십 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이들 지식거래 사이트에서는 대학생들을 주요 소비자로 삼아 리포트를 비롯하여 논문, 강의안, 시험 자료, 자기소개서, 이력서 등 문서화 된 거의 모든 자료가 매매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자들은 그간 누구의 지식을 어떠한 목적으로 거래 유통되는가 하는 문제에 무관심했습니다. 이 사이트들은 대학 강의의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고민을 비우고” 돈을 주고 사라고 말합니다. 과제를 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애쓰지 말고, 누가 만든 것이든 돈으로 쉽게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직접 판매자가 되어 거래 수익을 제공받는 시스템은 학생들을 탈법적인 지식 거래와 지식 착취의 공모자가 되도록 유도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리포트 거래 사이트에는 연구자들이 쓴 학술논문도 한 건당 6000원(길이에 따라 가격 상승)에 팔리고 있으며, 심지어 공간되지 않은 학술대회 자료집에 실린 발표문이나 토론문 등도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수익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미완의 글까지 필자의 동의 없이 유통되는 것은 실로 경악할 만한 일입니다.

학술논문의 판매는 학회와 디비피아 등의 상용DB업체, 또 상용DB업체와 리포트 거래 회사 사이의 상업 계약에 의해 이뤄집니다. 그러나 논문 저자가 논문 투고 시 의례적으로 저작권 양도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저자는 여전히 저작권의 주체입니다. 헌신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학회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타인의 지식을 착취하고 표절을 조장하는 거래 사이트에 논문이 무차별 유통되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연구자는 게재될 논문의 유통과 그에 대한 경제적 권리인 ‘저작 재산권’만을 편의상 학회에 양도한 것일 뿐, 법적으로 양도와 상속이 불가능한 ‘저작 인격권’이나 학회지에 게재되지 않은 토론문 등의 다른 글까지 양도한 것은 아닙니다. 학회와 상용DB사 간의 계약 안에 포함된 불합리한 조항이나 무차별한 재판매가 연구자의 권리를 인격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침해하는 관행에 목소리를 내고 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연구자들은 학술지식을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게 거래하고 있는 리포트 거래 사이트의 문제를 개선하고 학술지식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연대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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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회가 상용DB업체와 계약하여 유통하고 있는 학술논문들이 해피캠퍼스 등 리포트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문화와 구조를 개혁해야 합니다. 연구자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집필한 논문들이 불공정하게 매매되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지식 생산의 주체인 연구자와 학회는 학술정보 업체들과의 계약관계 전체를 재고하고 학술지식의 생산과 활용에 공공적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2. 리포트 거래 사이트는 대학생들의 리포트 표절을 조장하고 지적·학문적 역량의 함양을 저해하는 운영 구조를 전면 쇄신해야 합니다. 이 사이트들은 타인의 저작물을 거래를 통해 획득했다는 이유로 쉽게 지식의 매매와 표절 행위에 이끌리도록 하며, 지식 생산이 돈의 논리를 넘어 이뤄지는 사회적 행위임을 몰각하게 합니다. 이같은 탈법적이며 반사회적인 지식 거래가 계속된다면 연구자들은 연대하여 법적 수단 등 다른 사회적 수단을 통해 싸울 것입니다.

3. 학술지식이 자본에 의해 독점되거나 불투명하게 거래되지 않도록 한국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연대하여 학문 생산 및 유통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리포트를 거래하는 민간업체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학술지식에 기생하여 이윤을 챙기는 지식 거래 행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연구자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착취당하지 않도록 학술단체 및 학회는 학술논문의 유통 구조에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불공정한 계약을 근절해야 합니다.  

4. 우리 연구자들도 학술지식이 공적(公的, Public) 자원이자 공적(共的, Commons) 자원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확산시켜야 합니다. 1편의 논문은 선행 연구뿐만 아니라 동료 평가와 심사, 토론이 반영된 연구자의 협동적 축적물로서 공공성과 공통성을 가집니다. 앎이 필요한 누구라도 자유롭게 학술지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OA(오픈액세스)를 비롯한 지식공유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동료 연구자 및 시민들의 삶에 기여하는 연구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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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세계적 차원에서 지식의 공유와 연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비대면'의  시대에 지식과 정보, 교육의 접근성에 계층적 격차가 가중될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우리 연구자들은 우선 우리 앞의 지식 불평등과 불공정을 조장하는 리포트 거래 사이트와 상용DB업체의 나쁜 관행에 대해 싸우는 것에서부터 학문 지식의 독점 방지와 지식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운동을 벌이려 합니다. 이는 연구자들의 저작권, 학생들의 학업권은 물론 모든 시민들의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고 선언입니다.

2020년 6월  15일


지식공유연대(새로운 학문 생산 체제와 지식 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 연대)
구결학회, 구보학회,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 국어학회,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 국제한국어교육학회, 근역한문학회, 대중서사학회,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정책연구소, 독립연구자네트워크, 문학과영상학회, 민족문학사학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상허학회, 순천향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자의 집, 인문학협동조합,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고소설학회, 한국고전문학회, 한국공간환경학회, 한국극예술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한국기록학회, 한국도서관·정보학회, 한국문헌정보학회, 한국비블리아학회, 한국사고와표현학회, 한국서지학회, 한국시가학회, 한국시학회, 한국여성문학학회, 한국정보관리학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한국한문학회, JISTaP 편집위원회(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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