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비음악 (contemporary Non-music) 시리즈
예술공간 돈키호테가 2011년부터 국내외 노이즈‧전자‧자유즉흥 음악가들을 초대해 진행하고 있는 연주회.

vol.13
음속 허구(Sonic Fiction):  리듬과 믿음과 리듬
발표자: 류한길, 신예슬, 이승린, 이한범

일정: 2021년 4월 16일(금), 19:30_ 리듬과 믿음
                       4월 17일(토), 15:00_ 믿음과 리듬

장소: 예술공간돈키호테(순천시 금곡길33, 2층)

+이름, 연락처, 이메일, 예매인원 입력 후 보내기
+입장료는 사전 계좌이체만 가능
+입장료:16,000원(2일 통합)/10,000원(1일) *입금계좌: [농협] 193-12-268613(예금주 박혜강)
+취소/환불: 행사 이틀 전 취소에 한해 환불 가능
+문의:010-2303-5518
+웹페이지: http://www.art8013.net/board.php?id=news&mode=view&no=92

* 코로나19 예방조치 안내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관객 규모를 15인 이내로 제한합니다.
 코로나19 예방단계 격상시 프로그램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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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속 허구: 리듬과 믿음과 리듬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봤는데 고양이는 성묘가 되면 자기들끼리 의사소통할 때 ‘야옹’ 소리를 내지 않는대. 그러니까 소리를 내지 않고 제스처만으로도 소통이 된다는 거지. 근데 그 제스처를 이해 못 하는 인간들에겐 ‘야옹’ 소리가 그나마 가능한 소통법이니까, 그들도 그걸 알아서 노력을 해주는 거래. 고양이들 너무 착하지 않아? 인간은 어릴 때부터 고양이하면 자동반사적으로 ‘야옹’을 말하는데 사실 그건 인간의 믿음이 만들어낸 인간의 리듬이지, 실제 고양이들의 리듬은 아닐지도 몰라.”(이승린)

이름을 얻지 못했지만 어떤 음들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레♯, 솔♭ 처럼 도레미파솔라시와 반음관계에 놓였던 음들은 이웃한 음에 귀속된 채로 사용되어 왔고, 이 음정들은 때에 따라 다른 음에 속해 미♭, 파♯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반음들의 나열은 서양음악에서 때로 ‘여성적인 것’ 혹은 ‘악마적인 유혹’을 상징하는 어법으로 쓰였습니다. 반음계를 뜻하는 영어식 표현 ‘chromatic’의 어원은 ‘색깔이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피아노 건반에서 도레미파솔라시라는 음들은 흰 건반 자리에 놓이지만 반음들은 검은 건반의 자리에 구분되어 놓입니다. 이 이름 없는 음들이 때로 여성적 존재, 소수자의 존재, 배제되었던 또 다른 존재들과 맞물린다는 점이 그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지, 이들은 서로 정말로 무관한 것일지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신예슬)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A는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래의 흔적들이 발견될 때마다 거기에는 리듬이라는 기묘한 운동성의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A는 리듬이라는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거의 30여 년을 보냈는데, 어느 날 문득 큰 성당 옆을 지날 때 그 안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의 잔향이 귀에 거슬리게 들렸다. 저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은 사실 저 건축이 아니라 머리속 깊은 곳까지 후벼 파고 드는 저 소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차츰차츰, 진동의 흔적들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에게는 놀라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 문명은 진동 그 자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문명은 모든 진동들 중에서 몇몇 진동을 선별하고 이용해 그 문명을 지탱해 왔으며 그 진동의 엔트로피가 증가한 이후에 그 문명은 힘을 잃고 땅으로 흡수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한범)

음속 허구 Sonic Fiction는 소리를 통한 허구의 구체적 창출인 음악을 넘어, 소리의 발생과 작용 그리고 소멸과 같은 내재적 속성들 사이의 실제적 긴장에 더 깊이 관여한다. 소리 그 자체는 자연 현상이나 전기 신호로도 존재할 수 있는 사실이며, 따라서 우리가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경험적 현실이 된다. 음악은 여러 형태의 문화적 요소들을 소리를 통해 구성하고 시간 축 안에 의지적으로 재배열하여 자연에 배치된 현실을 넘어 하나의 조작된 대안적 현실을 구축하고 제시한다. 따라서 음악은 사실로서의 소리를 통해 허구와 실재 사이를 연결하여 새로운 경험적 현실이 될 수 있다. 음악뿐 만이 아니라 음속 허구라는 표기를 지지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진보적 기술 모델이 가상 현실에서 증강 현실로 나아가는 방법론을 채택하여 새로운 현실을 구축하는데 여기에 소리를 이해하는 모든 기술이 그 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현실의 내부 즉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영역의 바깥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가청범위라는 제한점을 가지게 되지만 음속 허구는 그 가청범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음속 허구는 음악이 소리라는 사실의 구성을 통해 창출된 허구이자 경험적 현실이듯이 이 허구가 구축되기 이전에 창출되는 소리의 문제와 이중 관절로 작동하는 시간과 속도의 공간 속에 도사리고 있는 허구의 가능성까지 파악하기에 용이한 하나의 사유 실험 모델을 제공한다. 본 행사는 발표자 4인의 소리와 음악에 관련된 개별적인 연구를 음속 허구의 관점에서 다루어 볼 것이고, 이는 하나의 리듬에서 믿음으로, 다시 믿음이 다른 리듬과 새로운 믿음으로 향해가는 이틀간의 사유 실험이 될 것이다. (류한길)


류한길 Ryu, Hankil은 전자 음악가, 즉흥 연주가, A.Typist, FEN(Far East Network)의 멤버이다. 디지털 합성음을 통한 허구의 창출에 관심이 많으며 저서로는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 허구의 생산과 증폭의 가능성에 대하여』(2018)가 있다.

신예슬 Shin, Yeasul은 음악 비평가이자 비평그룹 헤테로포니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 음악과 그 전통을 따르는 근래의 음악에 관한 의문으로부터 비평적 글쓰기를 시작했고, 음악의 기록매체에 대한 관심으로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2019)을 썼다.

이승린 Lee, Seungrin은 소리문화연구자,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필진·에듀케이터이다. 미술과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에 민족지학적 주의를 기울이는 청각적 시도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한범 Lee, Hanbum은 미술 비평가이며, 나선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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