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문화예술인 선언
피와 땀과 눈물로 지켜온 이 땅 제주가
더 이상 참혹한 상처를 입지 않기를
-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문화예술인 선언 -


우리는 묻는다. 제주의 하늘은 누구의 것인가. 제주의 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성산의 하늘엔 비행기보다 새가 날아야 하고, 성산의 땅엔 활주로보다 오름과 밭담, 곶자왈이 생명을 머금어야 한다.

작가 현기영은 제주개발의 광풍 속에서 “토착의 뿌리가 무참히 뽑혀나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의 말대로 더 높은 빌딩, 더 많은 돈, 제주의 하늘과 땅을 갈가리 찢어놓은 자본의 욕망 앞에서 본래 우리의 것들은 그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버렸다.

제주개발특별법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까지, 관광개발 드라이브를 위한 법과 제도는 제주 공동체를 경쟁의 악다구니 가득한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 제2공항은 그 고통의 악무한을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은 제주의 하늘과 땅에 기대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제주의 대지에 제주인의 삶과 애환을 언어로 쓰고 그림으로 그려왔다. 우리의 노래가 제주의 숨소리였고, 우리의 글과 그림이 제주의 세월이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피와 땀과 눈물로 지켜온 이 땅 제주가, 더 이상 참혹한 상처로 얼룩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30년 전 청년 양용찬의 외침을 똑똑히 기억한다. 세계적 관광지보다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보금자리로서 제주도를 원한다고 했던 그 아우성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그 이후 30년,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노래와 춤, 글과 그림으로 저항하고 싸워왔다. 그것은 이 땅의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작은 실천이었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구럼비는 파괴되었고, 비자림로는 잘리고, 드림타워는 제주의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우리는 이제 지난 싸움의 흔적들을 겸허히 바라보면서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단호히 외친다. 제2공항은 제주의 재앙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제2공항은 제주의 백년지대계이고 경제 부흥의 신호탄이 될 거라고. 30년 전에도 그랬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64년에도 그랬다. 그 개발의 세월,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 빚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는 개발 부채 시대가 우리가 꿈꿔왔던 미래는 아니었다. 지금은 멈춰야 할 때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이다.

그동안 제주의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을 해왔던가. 제2공항 건설로 제주사회가 갈등의 파도에 휩싸여도 정치인들은 무책임하게 회피했다. 그나마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해온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싸운 결과 도민여론수렴에 이르렀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처음으로 국책사업에 대해 도민결정권을 쟁취한 셈이다. 하지만 제2공항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하게 될 이번 여론조사에 ‘성산읍 별도조사’가 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당 지역 안팎으로 도민 갈등을 더 부추길 것이 자명한 성산읍 별도조사는 지금이라도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제주문화의 원형을 지키고자 하는 심정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제주도민들의 삶의 원형질이 살아있는 자연과 인문환경의 보고(寶庫)를 속절없이 파괴하는 제2공항 건설을 이제라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우리 제주문화예술인들은 우리의 창작의 곳간을 부수는 제2공항 건설에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다.

하나. 제주도와 도의회는 성산읍 별도조사를 철회하고 도민의견을 공정하게 수렴, 제출하고 정부는 제주도민의 뜻을 존중하라.

하나.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제2공항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한다.


2020년 12월  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문화예술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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