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라갯벌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말수가 적은 승준이가 조사단 회의에서 갑작스런 제안을 했다. 이름도 낮선 어떤 새를 찾아보겠다는 제안이었다.

‘쑥새’

‘쇠검은머리쑥새’

‘북방검은머리쑥새’

“나그네새이면서 여름 철새인데 우리나라 봄에 와서 번식하고 가을이 되면 내려가는 전형적인 여름 철새이고요. 지금 수라갯벌이 새만금 신공항 부지로 지정이 되어있고 동의를 하느냐 부동의를 하느냐 결정권을 환경부가 가지고 있는데 쇠검은머리쑥새도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인거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환경영향평가 본안은 모르겠지만 초안에는 ‘쇠검은머리쑥새’가 들어있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충분히 제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 “증거자료로 제시한다는 건가요.”

(승준) “네. 그렇지요.”

우리는 ‘쇠검은머리쑥새’를 찾아 동틀 무렵 수라로 갔다.

우리가 찾는 것은 수컷 쑥새의 노래 소리.

수컷이 짝을 찾기 위해 부르는 노래는 번식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법정 보호종인 ‘쇠검음머리쑥새’가 수라 갯벌에서 번식을 한다는 증거를 확보한다면 신공항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군 전투기가 우리의 조사를 방해했다.

그날 우리는 쑥새의 노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감독) “미군기지 확장 때문에 수라갯벌이 공항이 되면 어떨 것 같아요? 심정이?”

(승준) “마음 아플 것 같고, 진짜 군산에서 굳이 살아야 될 이유가 없어질 거 같기도 해요.”

--------------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수라갯벌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공항을 짓는다니,

이 모든 부조리함은 바다의 힘을 인간이 막겠다는 권력자들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대재앙을 막기 위해 20여년 전 소송을 걸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그 날의 판결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시위대)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 갯벌을 살려내라! 살려내라!”

(원고(시민사회)최후변론) “대법원이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새만금사업의 문제를 다룰 공개 변론의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역사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제 정의로운 판단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판결) “.....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판결합니다.”

(청중의 외침) “역사가 분명히 심판할 겁니다. 양심 있는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말이 안돼! 말이 안돼!”

(오동필) “그때 모습 생각하니 조금 그런다. 그때 많은 사람이 울었어요. 저도 아마 기억이,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집에만 있는데, 많이 울었어요. 그때. 그 울었던 슬픔이 한 몇 년 지나니까 또 잊어버리더라고요. 잊어버리고. 그 모습도 아름답더라고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뭐냐면. 그 몇 년이 지나서, 갯벌이 염습지화 되고, 그 살아가는 동안에 매립하지 않고 준설하지 않은 상태도 굉장히 아름답더라고요. 그러니까 물을 기다리는 거에요.

물이 들어오면 갯벌로 됐다가 물이 나가면 염습지가 됐다가 그런 모습들을 반복하는 거죠.

근데 그 모습도 제가 수라갯벌을 보면서 너무 아름다운 거에요. 이 모습도 아름답다. 제발 매립만 하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