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임의 취지와 목표
1) 모임의 개요
WWW(Writing With Woolf)의 목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활동을 일상의 리듬 속에 엮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 명의 길잡이를 따라갑니다. 20세기 초반 영국, 반짝이는 파티가 열리는 런던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안가에서, 심지어 공습 경보가 울리는 방공호 속에서 글을 썼던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우리의 길잡이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를 통해서 글을 쓰고, 글을 씀으로써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하며, 마침내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글을 쓰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가 글쓰기라는 이 독특하고 이상한 활동에서 성취해낸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하고 변주하여 우리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에 사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색조가 담겨 있는 울프라는 작가가 우리들 각자의 프리즘을 통과할 때 어떤 빛의 물질을 만들게 될지 볼 것입니다. 우리는 약 한 세기 전에 이미 삶을 마감하고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천재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와 마음을 우리에게 기꺼이 보여주는 친구이자 동료(그런 사람은 사실 아주 드물지요)로서 그녀와 함께 글을 쓰고자 합니다.
2) 왜 버지니아 울프인가?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가 60년이라는 생애 동안 보여주었던 왕성한 생산력이 큰 이유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9권의 장편소설과 2권의 전기傳記, 그리고 10권이 넘는 산문집 및 서평집을 출판했습니다. 울프의 저작들 속 문장들은 한편으로는 벽지의 문양처럼 일관적인 패턴과 통일적인 색조를 이루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비와 나방처럼 서로 닮았으면서도 결코 만나지 않는 기이한 모순을 만들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처럼 다양성 속에 모순과 결합된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부정할 수 없이, 천재적인 작가입니다.
울프의 이러한 생산력은 성실하고 비판적인 독서와 비평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전에 울프는 소설가보다는 서평가 또는 에세이스트로 알려졌을 정도로 꾸준히 신문과 잡지에 서평과 산문을 기고하였으며, 남편인 레너드 울프와 ‘호가스 출판사’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울프는 수많은 책들이 나오고 읽히고 또한 잊혀지는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현실에서도 좋은 책과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가려내는 책임과 의무가 비평가는 물론 독자에게도 주어져 있음을 강조하는 지성적인 균형감각 또한 울프의 미덕 중 하나라는 것을 덧붙여야겠지요. 울프는 독자에게 그처럼 유연하고도 견고한, 요컨대 자유로운 지성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울프는 ‘공통 독자common reader’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3) 공통 독자, 공통 저자
‘공통 독자common reader’란 무엇일까요? 울프의 표현에 따르면 공통 독자란 학술적인 훈련을 받고서 직업적인 이유에서 책을 읽는 전문적인 비평가나 학자와는 달리, “지식을 전달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독자입니다. 그는 학술적 훈련을 받지 않았으며, 타고난 재능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그는 세련된 감수성이나 학문적 독단에 물들지 않은, 자유로운 지성과 편견 없는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자기 자신과의 직접적인 연결 속에서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만들어냅니다. 그는 언제나 책을 통해 “본능적으로 일종의 전체를 창조”하며, “허술하고 엉성할망정 애정과 웃음과 논쟁을 허락할 만한 진짜 물건처럼 보이기에 충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공통 독자’는 ‘공통 저자’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출판업자이기도 했던 울프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단치 않은’ 책을 쓰는 새로운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수많은 ‘공통 저자’들이 스스로의 관점과 경험을 보태어 글을 씀으로서 문학의 공유지를 풍요로이 가꾸는 미래를 상상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울프를 읽고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체로 산문, 아마도 에세이에 해당하는 글을 쓰게 되겠지만, 어쩌면 짧은 소설이 될 수도 있고 파편적인 스케치가 될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우리의 모임은 쓰기와 읽기에 관한 한 가지 실험이기도 합니다. 쓰기는 얼마나, 어떻게 읽기에서 출발할 수 있을까요? 읽음으로써 쓰고 씀으로써 읽는 우리의 실험은 읽기와 쓰기의 경계를 탐색할 것이며, 그러는 동안에 버지니아 울프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한 세기의 시간 또한 감각하게 될 것입니다. 한 편의 글이 한 세기가 넘어서도 읽힐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새로운 글이 여전히 쓰여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읽기와 쓰기가 경계를 두고서 이어져 있듯이 우리와 울프 사이에도 서로를 나누면서 잇는 선이 있다면, 그 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어떠한 답변도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발견하고 겪고 기록해야 할 것들입니다.
2. 모임의 구체적 진행 방식
◼︎ WWW는 매주 모여 선정된 작품을 조금씩 읽고, 쓰고, 나눕니다.
◼︎ 미리 선정한 작품 일부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짧은 분량의 쪽글을 씁니다. 분량 및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글을 쓰기 위한 리듬을 놓치지 않기 위한 습작이라 생각하면서, 완결성을 고려하지 않고 가볍게 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매주 읽은 분량에 대한 일종의 독서노트가 될 수도 있겠고,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나 떠올린 기억에 관한 에세이 내지는 스케치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 필수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책의 마지막 분량을 읽는 주, 다시 말해 한 권의 독서가 마무리되는 주에는 책 전체를 아우르는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책 전체에서 감지한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 감정,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책과의 만남을 '마무리'한다는 느낌을 지향합니다. 마찬가지로 분량 및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 모임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 회차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격과 감정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요구됩니다. 내밀하고 진솔한 감정과 생각을 상호 존중 속에 공유할 수 있는 적정한 거리를 모색합니다.